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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북]무라카미 하루키 작품들을 들여다보다_하루키의 동물들 본문
무라카미 하루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의 작가죠!
그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여러분은 얼마나 알고있나요?
몇 년 전부터 매년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지목받는
세계적인 작가인 동시에,
독자 일각에서는 소설의 작품성보다
에로틱함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기묘한 작가.
고양이와 마라톤을 좋아하고,
작품마다 어울리는 음악을 골라 넣는 재주가 있으며,
새 작품이 출간될 때마다 벌어지는
국내 출판사 간의 인세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진 작가.
어딘가 이상하고, 호불호 또한 극명하지만,
읽기 시작하면 내려놓을 수 없는 마력을 지닌 작가,
그가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데뷔작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다.
주인공 ‘나’는 대학생이며, 생물학을 전공하고 있다.
실제 하루키의 전공은 연극인데 여러 작품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주인공이 등장하며,
작품 속에서도 동물이 자주 등장한다.
하루키 작품 속에서 특별히 인상적인 동물들을 모아봤다.
‘양’은 『양을 쫓는 모험』에서 처음 등장한다.
양털, 양고기, 양가죽 등으로 익숙한 그 양인데
하루키의 작품 속 양은 독특한 문양을 갖고 있는 이 세상에 ‘없는’ 동물이다.
이 ‘양’은 오랜 시간 잠들어 있다가
한반도를 방문한 일본인에게 옮겨 붙어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이 양에게는 거대한 계획이 있는데, 인간과 인간의 세계를 바꿔버릴 만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양’이 언급되는 작품은 『1Q84』인데,
음지에서 세계를 지배하는 세력인 ‘리틀피플’들이 ‘죽은 양’의 입에서 나온다.
언젠가 이 ‘양’의 정체가 밝혀질 날이 올지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본다.
우리나라에는 야생 원숭이가 없다. 하지만 속담에는 종종 등장한다.
예를 들면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같은 것 말이다.
일본에는 더 많은 원숭이가 있을테니 이야기의 소재로 등장하는 데 이상한 점은 없다.
이상한 점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원숭이’들이 말을 가지고 놀린다거나
기이한 행동 특성을 보여준다는 거다.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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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말하는 원숭이,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원숭이,
‘꽈다-O'하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원숭이도 있다.
인간을 놀리고 골리는 건지, 그냥 무의미한 얘기인지 고민할 것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원숭이의 유희에 함께 하면 기분 좋은 혼란에 휘말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감쪽같이 코끼리가 사라지는 게 가능한 걸까?
어떤 자취나 흔적도 남기지않고 홀연히 ‘소멸’하듯 사라지는 일이 말이다.
하루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 중 가장 큰 동물이 코끼리일 텐데,
단편 <코끼리의 소멸>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소멸’한 코끼리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세상 사람들은 사라진 코끼리를 찾아 산을 뒤지거나 하는 형식적인 수색을 벌이지만
별 소득 없이 끝나고 코끼리 사건을 잊어간다.
코끼리와 사육사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나’는
코끼리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 ‘크기의 균형’이 맞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면서 ‘밸런스’, ‘균형’의 중요성에 의문을 품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균형을 잃어버리면 거대한 코끼리조차 간단히 소멸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삶과 일상에서의 밸런스와 균형의 중요성을 일깨우려던 게 아닐까.
하루키 작품 속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새는 ‘태엽감는 새’다.
태엽을 감는 듯 ‘끼이이익’ 하는 규칙적인 소리를 내는 새인데,
작품 속 인물이 붙인 이름일 뿐 본래 이름은 모른다.
물론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름도 본 모습도 모르지만 ‘태엽감는 새’는
작품 속 조용한 세계를 움직이게 하는 태엽을 감는다.
이 세계에도 존재한다면 한 번쯤은 그 소리를 들어보고 싶은 새,
자유롭지만 존재자체가 모호한 새, 그것이 ‘태엽감는 새’다.
하루키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어딘가 기묘하다.
실재하지만 존재가 흐릿하거나, 가상의 동물이지만 이야기 속에서 너무나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기에
존재와 부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거다.
‘일각수’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세계의 끝’에 살아가는 짐승을 지칭한다.
일각수들은 겨울이 되면 일정 수가 죽음을 맞이하며,
죽은 일각수의 두개골에는 ‘기억’이 담겨져 ‘꿈 도서관’에 보관된 채
‘꿈 읽는 자’가 읽어주기를 기다리게 된다.
하늘을 나는 것도, 소원을 이루어주는 것도 아니지만
하루키가 만들어 낸 일각수 이야기는 분명 매력적이다.
하루키가 지금까지도 자신의 작품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작품으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꼽는 이유도 다르지 않으리라.
하루키의 고양이에 대한 사랑은 유명하다.
20대에 개업한 재즈 카페 ‘피터 캣’은 기르던 고양이 이름에서 가져왔으며,
고양이를 기르지 않은 때가 거의 없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거처가 불확실하던 시기에는 고양이를 기를 수 없게 되자
길냥이들을 돌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고.
하루키의 작품 속에 일상적으로 등장하는 고양이의 모습들은
우연이나 복선이 아닌 자신의 생활을 반영한 ‘현실’이었던 거다.
앗! 그러고 보니 하루키의 가장 친한 친구의 별명이 ‘쥐’인데,
하루키가 제일 좋아하는 동물이 ‘고양이’라면,
둘이 만나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되는 거지? 참사가 예상된다.
하루키의 책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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